안녕하세요. 그동안 화장품 업계에서 다양한 제품의 제형을 기획하고 원료를 분석해오며 쌓은 시각을 조금 색다른 곳에 적용해 보려 합니다. 우리가 매일 바르는 화장품만큼이나 제형의 과학이 숨어 있는 분야가 바로 식품인데요. 그중에서도 한국인의 영혼을 달래주는 떡볶이 소스를 제형 기획자의 눈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사실 떡볶이를 먹을 때 우리는 단순히 맵거나 달다는 맛에만 집중하기 쉽지만 그 맛을 혀끝까지 전달하는 핵심은 바로 소스의 제형에 있습니다. 화장품에서 에센스와 크림의 사용감이 다르듯 떡볶이 소스도 그 형태에 따라 우리 입안에서 느껴지는 경험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이를 크게 세 가지 제형으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가루 형태로 구성된 분말형 소스입니다. 화장품으로 치면 파우더 팩트와 같은 원리인데 수분이 없는 상태라 보관과 이동이 매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을 만났을 때 얼마나 뭉침 없이 빠르게 녹아드는지가 기술력의 핵심이며 주로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국물 떡볶이 제품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해외 수출 시 위생 허가 절차에서 가장 유리한 제형이기도 해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이 이 방식을 많이 채택합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고농축 액상형 소스입니다.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묵직한 앰플이나 시럽 같은 질감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떡의 표면에 소스가 쫀득하게 달라붙어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진한 풍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 소스가 떡에서 겉돌지 않게 만드는 밀착력이 기획의 포인트가 됩니다.
마지막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로제나 크림 타입의 유화형 소스입니다. 이는 화장품의 로션이나 메이크업 베이스와 구조가 매우 흡사합니다. 유지방 성분과 매운 양념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부드럽게 섞여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제형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매운맛의 자극을 부드러운 텍스처로 감싸 안아 주는 것이 이 제형의 매력입니다.

이러한 제형들을 평가할 때 저는 네 가지 핵심 지표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소스가 떡에 얼마나 잘 달라붙어 있는지를 보는 점도와 흡착성, 고춧가루 입자에 따라 시각적인 식감을 결정짓는 색상 발색, 조리 과정에서 온도가 높아져도 소스의 구조가 깨지지 않는 열 안정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안에 남는 텁텁함이나 깔끔함을 결정짓는 성분 안정성입니다.
화장품 성분표를 꼼꼼히 따지듯 우리가 즐겨 먹는 소스의 성분표와 제형을 들여다보면 식품 기획자들이 맛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원료를 배합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맛있다라는 표현을 넘어 이 소스는 내 입맛에 맞는 제형인가를 고민해 보시는 것도 떡볶이를 즐기는 새로운 재미가 될 것입니다.
와이에스엠경영컨설팅 윤수만